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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비진도 여행

3일째 되는 날, 오늘은 여동생과 조카와 함께 비진도에 가기로 했다.

그래도 아침 루틴은 지켜야 하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통영 강구안–남망산을 조깅과 빠른 걷기로 다녀왔다. 새벽녘 끈적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뛰어다니는데, 강구안에 정박해 있는 어선에서 나오는 매연 냄새가 아주 매캐했다. 남망산에서 바라보는 강구안의 전경은 초·중딩 시절 아침마다 조깅하며 바라봤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항남동과 남망산을 잇는 다리도 생겼고, 강구안엔 어선이나 유람선 대신 거북선과 판옥선이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볼품없는 광장... 차라리 유람선이 있던 예전 모습이 더 볼거리도 많고 활기찼던 것 같다.

땀범벅이 되어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은 뒤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서호동으로 향했다. 여름 성수기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한산했다. 의외로 배를 타고 비진도를 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했다. 동생이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자리는 남아돌았다. 체크인을 일찍 하고 조카와 딸래미는 터미널에 남겨둔 채, 서호시장(현지인은 새터시장이라 부른다)으로 향했다.

통영여객선터미널 운임표


먼저 점심으로 먹을 충무김밥을 사러 풍화김밥에 들렀다. 통영에 오면 자주 가는 김밥집인데, 베트남 아가씨들이 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베트남 여성 몇 명이 김밥을 싸고 있다. 통영도 다문화가정이 많은 편이라 들었는데, 베트남 여성이 시집을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통영은 뱃일과 수산업 쪽 일손이 많이 부족한데, 특히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남자들은 바닷일을 하고, 여자들은 굴 까는 작업이나 식당 일을 많이 하는 듯하다.

 

**충무김밥 관련해 솔직히 이집이나 저집이나 맛이 다 비슷하다. '뚱보할매김밥'이 원래 원조김밥집인데 '한일김밥'(주인 어머니가 김밥달인이시다)도 맛있고, '엄마손김밥'도 나름 괜찮다. 궁금하면 다 먹어보시고, 굳이 통영에 왔으니 한번은 먹어보겠다라는 분들은 그래도 원조인 뚱보할매김밥을 드셔보는게 낫지 않나 라는게 제 생각이다. 

하삼동커피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근처 약국에서 멀미약을 샀다. 3~40분 정도 거리지만, 배멀미를 하는 아내와 딸을 위한 준비다.


출발 시간이 되어 짐을 들고 배에 올라탔다. 너무 더워서 2층 야외는 잠깐 구경만 하고 실내로 들어와 대자로 누워 쉬었다.

비진도는 내항과 외항 마을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가 가는 해수욕장은 외항에 위치해 있다. 외항에 도착해 해수욕장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꽤 긴 거리라 무거운 짐을 들고 가기엔 힘들 수 있으니, 카트나 왜건은 꼭 챙겨가길 추천한다. 20대 후반쯤 친구들과 온 이후로 15~6년 만에 다시 찾은 비진도다. 펜션이나 민박집이 좀 새로 생긴 것 말고는 달라진 게 그닥 없었다. 바다는 여전히 너무 맑고 잔잔했고, 고운 모래사장도 그대로였다.

뜨거운 모래사장..화상주의!!
모레도 곱고 물도 맑고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아 한적합니다.

 

몽골텐트 안 대형 선풍기가 놓여 있는 곳 바로 앞에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자리를 대여했다. 35,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생각보다 비싸다고 느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해변 쪽 파라솔은 아무리 싸도 갈 엄두가 안 났다. 옷 갈아입을 곳이 없어 공중화장실로 갔는데, OMG... 왜 화장실은 현대화가 안 되어 있는가! 옷 갈아입다 쓰러질 뻔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암모니아 향의 찌린내... 뜨거운 태양빛을 받아 후끈 달아오른 오픈 화장실 안에서 땀범벅이 된 채 겨우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시원합니다. 이날 엄청 탔네요.


비진도 해수욕장은 다 좋은데, 숨을 만한 그늘이 없다. 정말 땡볕에서 버티다 더우면 바다로 뛰어들고(iteration), 이 짓을 계속 반복했다. 배가 고프면 육지에서 사온 충무김밥을 먹고, 또 배가 고프면 편의점(작은 슈퍼)에 들어가 한강라면을 먹고, 또 배가 고프면 치킨을 시켜 먹었다. 참고로 치킨은 해수욕장 좌측, 우측 하나씩 있다고 해서 후라이드/양념 반반이 가능한 좌측(공중화장실 옆) 비촌치킨 쪽으로 시켰다. 전화를 하면 아저씨가 배달해준다. 결제는 현금 박치기. 주문하고 배달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미리 시켜야 한다. 참고로 우측에 있는 치킨집은 옛날 통닭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모래사장이 있는 쪽은 바다가 잔잔하고 앞쪽은 깊지 않아 가족들이 놀기에 적당했다. 나는 스노클링이 하고 싶어 반대쪽 바위가 많은 쪽으로 가서 물질을 했는데, 파도가 심하고 부유물(쓰레기)들이 많아 쉽지는 않았다. 확실히 모래가 없는 지역이라 시야는 좋게 나왔다. 하지만 애기들은 이쪽에서 놀다간 다칠 수도 있어서 절대 데려가면 안 된다.

 

 

My 뚱스 / 우측끝에 비진도 외항 선착장이 보이네요. 해수욕장에서 걸어서 10분 넘게 걸려요.

 

걸어서 가다보면 땅이 푹 꺼지는 지점이 나오는데 키작은 어린이들은 항상 조심. 구명조끼는 필수입니다.

 

먹다 남은 치킨을 홀로 흡입 중..My sister ^^


오후 4시까지 재미나게 놀고, 샤워장 가서 씻고 짐을 정리한 뒤 다시 외항 부둣가로 향했다. 걸어가는 동안 너무 더워 쓰러지기 일보 직전, 에어컨이 나오는 대합실에 도착했다. 정말 파라다이스였다. 사랑해요 삼성/LG. 에어컨은 사랑이다.

5시 마지막 배를 타고 다시 통영으로 돌아왔다.



숙소로 오는 동안 차 안에서 중앙시장 ‘정화순대’에 전화해 족발과 순대, 떡볶이를 주문했다. 외지 사람들에게 통영은 회, 굴, 멸치, 충무김밥, 꿀빵, 다찌집 이런 걸로 유명하지만, 사실 나는 통영에 놀러 오면 제철 회는 먹고 가지만 대부분은 순대, 돼지국밥, 돼지갈비, 곱창, 소고기 이런 걸 더 많이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로컬 통영식당이다(개인취향입니다.^^)]
족발/순대: 중앙시장 ‘정화순대
돼지국밥: 북신동 농협 뒤쪽 ‘부산돼지국밥
돼지갈비: 정량동 ‘풍년숯불돼지갈비
삼겹살: 항남동 ‘서울삼겹살’ 
곱창: 무전동 ‘고성곱창’ 

튀김,떡볶이: 무전동 '해뜨는집' -> 여기 주인아저씨가 끓여주는 '라면'도 일품이다. '통영국민학교'때부터 먹던 떡볶이집임.

소고기: (비싼 관계로) 중앙시장 정육점에서 사서 숙소에서 구워 먹기 (통영에서는 구이용 등심을 얇게 썰어줌. 앞 칙~/뒤 칙~ 하면 바로 먹어야 함)

치킨배달: '비촌치킨 정량점'  -> 꼭 정량동 비촌이어야 한다!!

 


이틀 연속 해수욕에 섬까지 다녀왔더니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소맥을 말아 먹다 꽐라가 되어 또 일찍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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